내가 사랑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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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을 그 누가 모르랴내가 사랑하는 여자 2013. 6. 1. 14:44
그 누가 사람사는 세상을 모르랴.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던, 사람의 향기를 그토록 갈망하던 그 분이 가신 지 벌써 4주기랍니다. 내 목숨조차도 초개같이 버리신 그 분이 말입니다. 돈의 향기보다, 명예의 향기보다, 권력의 향기보다 사람의 향기를 사랑하던, 또 한 사람 한명숙 전 총리입니다. 마음이 맑은 분은 미소조차도 맑습니다. 나는 진정 깨어있는 시민일까요? 다시한번 자신을 뒤돌아 봅니다. 소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노 건호님이십니다. 목숨이 다 할때까지 그 아픔의 그 상처의 치유가 가능할까요? 5월의 세상의 화창한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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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dylng내가 사랑하는 여자 2012. 5. 4. 02:20
나이 탓일까? 천국행 기차를 탈 사람들에게 잘가라는 인사를 건네는 일이 이 세상에 온 아기를 환영하는 일보다 훨씬 잦아졌다. 오늘도 천국행 기차가 지나는 대합실에 다녀왔다. 즈음엔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영원한 명제 앞에 머무르는 시간이 꽤 많아짐을 느낀다. 세상에 well being 이라는 단어가 유행병처럼 번지면 번질수록 나는 well dying이라는 단어에 더 깊게 관심이 쏠렸다. ‘암 병동’ 그리고 ‘호스피스 병동’ 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기대보다 두려움과 고통이, 희망보다 절망이 더 많은 곳이다. 보름 후에 있을 중3 딸아이 졸업식에 참석하는 게 마지막 꿈이라며 해맑게 웃던 40초반의 한 여자가 있었다. 그 환자가 한마디 인사도 없이 딸아이의 졸업을 며칠 앞두고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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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그리고 인간내가 사랑하는 여자 2012. 5. 4. 02:12
화원 쇼윈도우에 화려한 조명을 받은 꽃을 볼 때면 내 얼굴에도 화려한 웃음이 번졌다. 그러던 내가 언제부턴가 제 혼자 토라진 아이처럼 화원의 꽃 보기가 심드렁해졌다. 대신 들로 산으로 화장기없고 수수한 웃음을 찾아 나서는 걸음이 잦아졌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는 숨 쉴 수없는, 감정의 교류와 소통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일러 우리는 식물인간이라 부른다. 얼마 전 식물인간 어머니를 둔 자식들이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달라며 요구한 재판에서 인공호흡기 제거가 허용되어 세인들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이슈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4년 전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실 때 내게 던져졌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했다. 생사를 가르는 위급 상황일 때 인공호흡기를 달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었다. 자식인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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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을 걸으면서내가 사랑하는 여자 2012. 5. 4. 02:06
매일 아침 딸아이와 중랑천을 걷는다. 걸으면서 굳는 몸을 풀고 마음에 고이는 감정의 때를 씻는다. 그럼에도 오늘은 어제 있었던 친구와 있었던 감정의 응어리가 너무 컸던 탓인지 영 나설 기분이 아니다. 내 마음을 읽은 듯 엄마답지 않다는 아이의 시선이 따가워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지난 밤, 첫 서울생활을 시작 했을 때 한 방을 썼던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는 조용하고 마음이 여려 만년 소녀같은 아이다. 그런데 친구답지 않게 급한 듯 서둘러 용건을 말한다. “ 부탁이 있어서 전화를 했어. 주점을 개업하려는데, 돈이 좀 부족해서...” 라며 말끝을 흐린다. 딸아이 둘을 혼자 기르면서 힘겨운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왜 하필이면 주점을 하려고 하느냐며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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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매듭풀기)내가 사랑하는 여자 2012. 5. 4. 02:03
마음이 울적하거나 어쩌다 마음이라도 다치는 날이면 나는 버릇처럼 메밀밭을 찾아 고향으로 간다. 그리고 오랫동안 소금을 뿌려놓은 것 같다는 메밀밭에 앉아 그때 일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리곤 한다. 친정아버지의 제사를 모신 후면 나는 늘 며칠씩 마음 앓이를 한다. 그날은 내 마음처럼 창밖엔 봄눈이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었다. 눈이 오는 설렘이면 좋으련만! 딱히 편지 올 곳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습관처럼 메일함에 손이 갔다. 자동차 클러치를 밟듯 클릭을 하는 순간 nayo 라는 아이디의 편지 한통이 반긴다. 반갑다고 하기에는 그 사이 너무 서먹하게 지내왔고, 한때는 호주와 매(妹)의 사이였기에 안 반갑다고 할 수도 없는 사촌오빠로부터 온 편지였다. 시간되면 내일 원자력 병원 12시에 좀 와 줬음 한다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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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지혜 (팽목항에서)내가 사랑하는 여자 2010. 4. 12. 17:47
허망하다고 생각될 때, 아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또는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사진첩을 뒤적인다. 성당을 다녀와서 내게 허락된 시간을 차분하게 되돌아 본다, 지난 여름 벼르고 별러 전남 진도군 조도에 가기위해 진도 팽목항에서 배 시간을 기다리다 여객선 터미널에 걸린 노년의 지혜라는 글을 읽고 꼭 기억해 둬야 할 것만 같아 찍었었다. 늙으면 아니 지금부터라도 꼭 숙지해야 할 필수 사항이 아닌가싶다. 마지막 단락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왠지 눈물도 핑 돌고 목울대가 찌룩거린다. '멍청해선 안되오, 아파서도 안되오, 그러면 괄시를 한다오, 아무쪼록 오래오래 건강하시구려.' 나는 멍청하지요, 늘 여기저기 아프지요, 괄시받을 일만 남았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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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미한 여인들의 망중한내가 사랑하는 여자 2009. 11. 9. 05:27
내가 아줌마가 되면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두가지가 있다. 관광버스타고 춤추기와 계모임을 하지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나이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일들이 분명 있기 마련임을 그때는 몰랐었다. 신앙안에서 맺어진 내 유일한 사적인 계모임이 '혼미회' 다. 혼미회라는 이름은 다들 정신이 혼미한, 즉 완벽하지 않은 여인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내가 하면 로멘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지는 변명이긴 하지만 '혼미회' 이 얼마나 인간적인 모임인가 말이다. 한달에 한번 만나 혼미했던 체험담을 주고받는 ~ 그 일행들과 야외에서 즐거운 망중한을 즐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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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리의 만추내가 사랑하는 여자 2009. 11. 9. 05:15
남편과 만추를 즐기러 포천 고모리로 갔다. 고모리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친환경 음식점 ' 물꼬방 ' 이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는 예술동지라고 한다. 봄이면 잎을 틔우고, 여름엔 숲을 이루고. 가을이면 단풍이 지듯 물 흐르듯 삶을 이어가는 그 부부가 좋아 우리 부부는 곧잘 '물꼬방' 에 간다. 물꼬방도 만추다. 물꼬방의 마당엔 철없는 나처럼 철없는 민들레 홀씨가 만개했다. 귀한 장면도 아니건만 이 만추에 핀 민들레 홀씨를 보는 마음은 경이롭기만 하다. 물꼬방의 전경이다. 가을을 지나 겨울 속으로 빠져드는 물꼬방이다. 화장을 한듯 안 한듯한 여인처럼 가꾸지 않은 듯한 자유로움이 정원에서 느껴진다. 장독대 사이로 고개를 내민 구절초가 정겹다. 구절초와 단풍이 있는 가을, 누가 뭐래도 물꼬방은 만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