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신 여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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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부소담악(23, 5/17~18)구신 여행가다 2023. 6. 13. 15:24
5월, 계절의 여왕이라지만 5월은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헛헛했다. 어린이 날이 지났고, 어버이 날도 지났다. 이 날도, 저 날도 이벤트의 목적이 되는 날은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다. 우야튼 5월이다 보니 떠난지 까마득한 내 부모님도, 알 수 없는 인연으로 또 다른 부모님이셨던 시어머니, 시아버지도 문득 문득 생각나는 계절이다. 누굴 만나던, 무엇을 만나던 새로운 그 무엇을 만나고 싶어 길을 떠났다. 충북 옥천~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아 두었던 부소담악으로 갔다. 호수 위에 뱀처럼 길게 몸을 담근 부소담악, 국내에서도 이런 진기하고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어 여행을 떠난 이유가 충족됐다. 부소담악도 새롭지만 세상을 피해, 세상과 단절을 원하듯이 호수 한가운데 덩그마니 떠 있는 미르정원으로 가기 위해 쪽배를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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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호수(박두진 문학길 23, 5/8)구신 여행가다 2023. 6. 13. 15:22
5월 8일이다, 어버이날이라고 한다. 누가 왜 만든 날일까? 내가 어버이가 된지도 40여년이다. 남편이 은퇴를 했으니 국가가 인정한 어르신이 맞긴 하지만 그 단어가 내게 걸맞거나 어울리기나 한걸까?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여느날과 다르지 않게 둘은 티비 앞에 앉았다. 어버이날이라고 치뤄질 행사 안내가 두 귀를 시끄럽게 한다. 여느날과 다르게 나는 리모컨을 길게 눌러 티비를 껐다. 나도 모르게 짜증섞인 말투로 중얼거렸다. 애꿎은 티비와 싸우는 전형적인 소심쟁이. 다 알아, 어버이날이라는 거~~~어쩌라고~~~ 때맞춰 남편이 나의 기분도, 박자도 맞춰준다. 어디 나갈래? 학창시절, 문학소녀일때부터 좋아했던 청록파의 한 분이셨던 박두진님이 문득 떠올랐다. 집에서부터 멀지 않은 충북 안성, 박두진 문학길이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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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호수(23, 3/27)구신 여행가다 2023. 6. 13. 15:18
경칩도 지났고 춘분도 지났으니 봄은 봄이다. 젊을때나 나이드나 봄이란 계절 앞에선 설레이기는 마찬가지다. 연초 올해 내 삶의 모토도 여느해와 다르지 않게 목적없이 살기였다. 목적없이 살기가 목적을 가지고 살기보다 더 어렵다는 걸 나는 안다. 발길닿는 대로 가고, 마음닿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일상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난제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집을 나선다. 답답할때마다 찾는 곳이 바다나 호수다. 강원도 깊은 내륙에 자리잡은 횡성호수는 아직 봄은 먼듯하다. 호숫가에는 아직 구들장 두께의 얼음이 테를 두르고 있다. 뭔지모를 안도의 한숨이 토해진다. 아직 계절이 바뀌지 않았고 목적없이 살기라는 새로운 모토가 작심삼일이라는 오랏줄에 걸리기 전이라 늦지 않았다는 안도가 아닌가 싶다. 얼음이 녹아 계절이 바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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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구신 여행가다 2022. 6. 16. 17:34
오뉴월 철쭉이 필 때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황매산을 떠올릴 것이다. 언젠가 관광버스에 실려 메마른 고목처럼 다녀왔던 황매산, 기록을 남기지 않았을 때이니 기억이 남아 있지 않은 한 다시 떠올릴 방법이 없다. 어느날 문득 기억되지 않는 삶은 허망하다고 생각됐다. 기억보다 확실한 기록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을때 사라져간 기억에 대한 아쉬움이 컸지만 역시 그랬다.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른 때임을~ 황매산은 그 명성에 걸맞은 생전 첨 본 황홀한 풍광이었다. 철쭉은 이미 반은 졌지만 그나마 뒤늦게 핀 철쭉들이 의연히 황매산을 지키고 있다. 황매산 정상 가까이에 있는 캠핑장에서 1박2일, 마치 시골집 마당을 어슬렁거리듯 1박2일 황매산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황매산 정상을 가는 길이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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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합천, 함양(22년 5월 13~15)구신 여행가다 2022. 6. 16. 17:09
부부가 24시간 함께 하고부터 여행의 패턴은 언제나 불현듯이다. 이번 여행지는 대구, 경북이었지만 대구, 팔공산, 갓바위는 가겠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여행지였다. 별 기대가 없다는 의미였을테다. 365일에 천개를 더한 1365개의 돌계단을 오르는 건 수행이라기보다 고행이었다. 고행길 끝에 보람이 기쁨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마는 인간사가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터득한 터 ~ 갓바위하면 수험생 어머니의 기도처, 세상 모든 이들의 발복를 기원하는 기도처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갓바위 앞에는 각자의 발복을 기원하며 108배를 하는 많은 이들의 모습을 보자니 나는 더 깊은 상념에 젖어 들었다. 나에게 내려 주십사, 나에게 베풀어 주십사, 하는 발복기도를 지양하는 나, 내 탓이요, 네 덕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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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악길, 함덕해변구신 여행가다 2022. 4. 14. 18:07
한라산 둘레길 일정은 하루걸러 짰다. 연식이 있는 몸이다보니 나름 완급조절을 하기 위해~ 한라산 둘레길은 천아숲길, 동백길, 수악길로 크게 나눈다. 무리 되더라도 깔끔하게 마치자는 생각과 무리할 필요 없이 다음을 위해 일부라도 남기자는 의견이 팽팽했지만 우린 후자를 택했다. 보름 가까이 살았던 제주를 떠나기 위해 대충 짐도 챙겼고 마지막 밤을 앞두고 일몰을 보자며 올랐던 붉은오름~ 두번째 발걸음이건만 들머리 날머리가 달라선지 생소한 느낌마저 들었다. 유유자적히 다녀오는 붉은오름~ 붉은오름 휴양림은 면적도 넓거니와 제주재래주택의 모양을 하고 있다. 물론 재래식 지붕모양만 갖춘 현대식 주택이다. 절물 휴양림과 닿아있는 한라산 생태숲 전망대는 앞으로는 제주 구시가지와 해변이 자리하고 있고, 뒤로는 열흘을 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