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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10,10~10,31 {뉴질랜드 남섬}
    나라밖 이야기/뉴질랜드 2022. 11. 9. 16:05



    봄,
    여름
    그리고
    다시. 봄

    60년을 넘게 4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살았던 나는 가을이 익어 가던 시월,
    다시 봄을 찾아 떠났다.
    참으로 궁금했다.

    봄, 여름, 그리고 다시 봄,
    여름을 지나고 다시 봄을 맞는 기분은 어떨까?
    그리고 가을을 잃어버린 기분은 또 어떨까?
    남편은 이미 인생에 있어 나름  행복한 두번의 봄을 겪었고 올해부터 자진해서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젠 가을과 겨울만 남았을 나이~

    누구나 인생사 다르지 않겠지만 계절의 변화만큼 우리는 지난한 삶의 파고를 넘고 넘었다.
    살을 에는 추위의 겨울도, 찌는듯한 가마솥 여름의 더위도 겪어내야 했고,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여름과 겨울의 소용돌이에서 방황도 없지 않았다.
    봄과 가을을 잃어버리고 무심하게 살아야했던 때도 분명 있었다.

    지난 1월, 깊은 겨울의 터널 속에서 우리는 곧 다가올 당연한 봄을,
    그리고 봄, 여름, 그리고 또 봄을 맞을 준비에 돌입했다.
    남태평양 한 복판에 늠름히 떠 있는 지구촌에 남아 있는 단 한 곳,
    청정 대자연의 뉴질랜드 남섬으로 봄을 찾아 떠날 준비~~
    그것은 내 삶이 무의미하지는 않았음을 인정받고 싶었다는 남편의 버킷리스트였다.

    사람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했던 난제들 앞에서 종종걸음을 치며 살아왔던 젊은 시절을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고 싶었으리라.
    지구촌을 덮친 코로나 시국에 몸을 사려야 했던 짧지 않은 세월도 보상받고 싶었고~
    국내에서도 타보지 못한, 텐트를 치던 옆자리에 늠름한 캠핑카에 눌렸던 기도 보상받을 수 있다잖는가.
    슬슬 지쳐갈 즈음이자  인생의 가을 뜨락에서 서성이기엔 몸도 맘도 조급했다.
    코로나로 타국 입국도, 자국 입국도 제약이 따르지만 죽기 아니면 까무려치기라며 항공권과 캠퍼밴을 예약했다는 남편의 말에 정작 말을 잃었고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
    타국에서 죽으면 어떡하나,
    타국에서 까무러치면 어떡하나. 하는 갈등~
    가진 게 많지 않으니 정리랄 것 까지도 없고, 내가 책임져야 할 자녀도 다 떠났으니 따지고 보면 굳이 갈등할 것까지도 없는데 나는 왜, 왜 갈등에 갈등으로 무더운 여름날을 지새웠던가.
    40여년의 삶을 고스란히 민생고와 맞바꿨으니 이제 남은 삶은 봄같은 나날을 살아봐야하지 않는가.
    9개월에 걸쳐 생존영어에 매달리던 남편 뒤로 나는 랜선으로 뉴질랜드 골목골목까지 이 잡듯 뒤진 세월을 뒤로하고 맘 한켠 홀가분히 집을 나섰다.
    에어 뉴질랜드~ 외항기에 몸을 싣고 지구 남반부  뉴질랜드 남섬 오클랜드 공항에 발을 디뎠다.
    다시 2시간의 환승시간을 걸치고 김포에서 제주를 가는 시간만큼 하늘을 더 날아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 처치에 도착했다.
    최종 목적지라고 생각하니 지친 몸에 반짝 힘이 솟는다.
    공항에서 10여분 걸어서 갈 수있는 예약해논 쥬시호텔, 우리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약간의 돈만 지불하면 기꺼이 숙소를 내어주는 세계의 숙박시스템이  이렇게 고마운 적이 있었던가.
    여독도 풀겸, 22일 장기 레이스에 들기 전 하룻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니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풀렸다.

    그곳엔 나에게도, 남편에게도 새로운 봄이 완벽히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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