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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잔, 라보, 몽퇴르
    나라밖 이야기/스위스 2022. 8. 22. 16:00

    스위스의 수도 베론에서 한시간 반을 달려 어스름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때 쯤에서야 예술가들의 휴양도시 로잔에 도착했다. 로잔은 IOC 국제 올림픽 위원회가 있는 곳이다.  <쌔울 꼬레아> 를 외쳐주던 사마란치 위원장의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리는 듯 하다. 
    로잔, 그리고 레만호하면 아주 오래전  6,25 특집 드라마 중< 레만호에 지다> 라는 작품이 생각난다. 신혼부부가 6,25 동란으로 남남북녀가 되어 남의 남자는 남한 외교관의 자격으로 파견된 제3국 스위스에서 북의 아내를  다시만나 사랑을 나누던 내용인걸로 기억된다.
    북의 여인은  사랑하는 남자를 지키기 위해  목숨과도 같은 당을 배신했고 그 댓가로 총살로 생을 마감해야했던 분단국의 아픔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던 드라마 ~언젠가 석양이 지는 레만호를 보리라,  30년은 족히 넘어 2022년 7월 13일 나는 석양이 지는 레만호 호숫가를 거닐 수 있었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더없이 비극적인 아픔을 겪어야 했던 북의 여인이 되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던 내 가슴은 레만호에 내려앉은 어둠보다 짙고 깊었다.
     
    로잔 구시가지와 레만호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로잔 대성당은 800년째 그 자리에 꿋꿋이 자리하고 있다. 

    800년 되신 로잔 대성당 마당에서 레만호를 내려다 보노라니 목적지 모를 비행기 한대가 석양을 가르고 날아간다.
    내가 아는 문명의 이기 중 첫손가락에 꼽힐 신비의 발명품 비행기가~

    로잔 구시가지 끝에 레만호가 보인다.

     

    로잔과 몽트뢰 사이에 그리고, 아름다운 레만호가 그림같이 펼쳐져 있는 라보지구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인정을 받을만큼 아름다운 풍광은 그 어떤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  호수건너는 명품 생수로 일컬어지는 에비앙의 수원지가 있는 프랑스 에비앙이라는 마을이다.
    이렇듯 레만호 한 가운데가경계라지만 다툼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 특히 라보지구는 태양이 3개라 불린다.
    레만호에 뜬 해, 돌담에 내려앉은 해, 하늘에 떠 있는 해, 세개의 태양이 라보지구의 화이트 와인을 생산해 내고 있다. 농사는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뜻일테다.

    포도밭을 따라, 레만호를 따라  함께 걷던 그 누구도 말이 없고 알프스의 고요만 우리와 함께 걸었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유람선이 떠 있는 레만호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 아닐 수 없다.
    라보의 산책길을 걷다보면  이곳이  왜 세계 자연유산으로 인정받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포도밭과 레만호수 사이로 기차가 달리는 풍경, 어쩌면 내 생에 다시 못볼 풍경이지 않을까 싶다. 많은 예술인들이 노후의 안식을 취한 이곳 몽트뢰는 그 이유가 차고도 넘친다.
    굳이 예술인이 아니더라도 레만호를 걸어본 사람은, 몽퇴르를 와 본 사람이면 누구나 나의 말년을 여기서~ 하는 바램을 갖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다.

    로잔에서 라보지구를 거쳐 몽트뢰에 도착했다. 레만호수 가로 거닐던 한시간은 내 생애 다시없을 시간이라 생각하니 내 마음이 알싸해 진다.
    챨리 채플린을 비롯 많은 예술인들의 말년에 편안한 안식을 준 곳이었으니 이곳은 아름다움은 두말하면 입이 아플 일이라며 이구동성

    몽트뢰는 밴드 퀸의 보컬 프뢰디 머큐리 동상이 있다.
    18세기에는 루소가, 19세기에는 바이런이, 20세기에는 헤밍웨이가 이곳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 만큼 이곳에서 예술인들이 얼마나 많은 영감을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나도  좁쌀만큼이라도 그들의 예술성을 얻고 싶어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건너 프랑스 에비앙 마을이 손을 내미면 잡힐듯 , 도움닫기로 달리면 그 곳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연인이 어떤 연유로 레만호수에 영원히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 이를데 없다. 혹시 <레만호에 지다> 주인공은 아닐까 나름의 추측을 해본다. 

    머큐리가 음반 작업을 했던 퀸이라는 스튜디오다.
    이 몽트뢰는 매해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고 우리나라 연예프로그램 <비겐 어게인> 에서 밴드 공연한 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시옹성이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고성 중 하나로 레만호에 우뚝 솟은 암반위에 세워져 마치 호수에 떠 있는 듯 환상적이고 황홀하기까지 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월에 따라 사람의 평가도 달라지듯이 시옹성 역시 이탈리아를 오가는 배들에 통과세를 받던 용도에서 한때는 감옥의 용도로 씌였다가, 무기창고로 쓰였다가  지금은 바이런의 시<시옹의 죄수> 라는 작품으로 유명해지며 세계의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시옹성의 내부다, 한때 감옥으로 쓰였다지만 건축이 풍기는 아름다움을 보며 죄수들은 어떤 심경이었을지 궁금하지만 내가 어찌 ~

     

    바이런의 친필사인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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