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라 온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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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도 (2008, 07)나를 따라 온 산 2010. 7. 27. 18:09
군산 새만금 방파제를 따라 버스로 30분은 달렸지 싶다. 배수갑문이 보인다. 신시도를 가기 위한 산행시작이다. 쳐다보니 사다리는 거의 직각에 가깝다. 두려움이 배수갑문에 물살처럼 다가온다. 가야 할 길, 돌아가지않을거니 가야 한다. 침을 꼴각 삼키고 베낭끈을 허리에 조여맨다. 늘 그렇듯이 가는 여정은 우여곡절이지만 그 정상에 섰을때의 기분은, 그 우여곡절을 깡그리 잊게 한다. 무슨 말로 이 감개무량을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정상에서 내려다 보면 바다와 농촌의 풍경으로 갈라진다. 한 눈에 바다와 농촌의 풍경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욕심으로 저리 네 발로 기어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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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2010, 05, 27)나를 따라 온 산 2010. 7. 27. 17:52
5월 27일, 50년만에 청명한 서울날씨~ 라고 기상대에는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청명하기를 한여름 할머니의 모시적삼만큼이나 맑은 날씨였다. 이런 청명함을 못 본 채 집에 있는다는 건 이 청명함을 준 자연에 대한 배신행위다. 60억 인구중, 30억 남자중 단 하나의 소중한 내 남편과 집을 나섰다. 힘든 걸 모르지도 않을 터, 잊지도 않았을 터지만 운명처럼 도봉산에 오른다. 힘들고 지치지만 이 청명함을 즐긴다는 것과 남편이 있어 힘들지만 지치지는 않는다. 굳이 거기 앉아 보라는 남편의 강권을 못 이긴 채 망월사를 배경으로 사진 한 컷을 남긴다. 盛夏 말그대로 한여름을 향해 가고 있다. 이 짙푸른 초록을 보고도 왜 나는 붉은 가을을 상상하게 되는지~ 저 깊은 산 속에 저리 웅장한 절이 자리 한 다는 것이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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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길산 (2010, 06)나를 따라 온 산 2010. 7. 27. 17:43
올해의 6월은 유달리 청명한 날이 많다. 연이어 다시 이물감없고 참으로 편한 남편의 친구 기섭 미경부부와 운길산행에 나섰다. 예봉산은 수차 가봤지만 운길산으로 해서 수종사로 내려가는 산행은 한번도 안해봤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남편은 늘 예봉산 쪽으로 산행코스를 잡곤 했다. 이날은 미경씨의 응원을 받아 운길산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기가 얼마나 청명한지 마음은 물론, 머리솟까지 시원하다. 소라 엄마 미경씨와 함께^^ 처음 서울로 보금자리를 옮길때 쾌히 이웃이 되기를 자청했던 미경씨^^ 서로 흉허물을 이해하고 감싸며 살아가고 있다. 드디어 운길산 정상이다. 보통날 같으면 어림도 없을 북한산이 뒤로 뚜렷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수종사에서 두 부부가 나란히 앉아 엽차를 마신다. 넓은 유리창너머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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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산 (2010, 06,)나를 따라 온 산 2010. 7. 27. 17:24
북평초등학교, 평생 처음으로 조직원이 된 북평초등학교 51기 동창생들과 검룡소를 낳은 대덕산 산행에 나섰다. 재경과 재향이 함께 하는 벗들, 자연만큼이나 순수하고 기쁜 벗들.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만 내 머릿속에 있었지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는 내 관심 밖이었었다. 이렇게 우연히 검룡소에 오게 되다니~ 감격스럽다. 죽마고우 경자와 숙자, 그리고 춘희와 감격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하더니 습도가 대단하다. 어느덧 중년이 되어버린 벗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대덕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영험한 코로 먹이를 찾아 컹컹거리는 개처럼 가끔씩 나는 숲 속의 향기를 맡기위해 킁킁거렸다. 1307미터의 대덕산, 해발의 높이에 비해 그다지 힘들지 않은 산이어서인지 표시석도 그 규모가 작고 앙증맞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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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2010,04)나를 따라 온 산 2010. 7. 27. 17:20
우연치않는 계기로 , 아니다, 필연일 수도 있다. 백조라는, 여고 친구라는 공통된 조건인 친구들, 그 세번째 여행, 동해안과 설악산 여행에 나섰다. 여고 수학여행때 갔던 코스들을 따라 가기로 하여 비룡폭포로 오르는 중이다. 33년전 이야기라서인지, 아니면 웃고 떠들고 재잘거리느라고 풍경은 뒷전이었었나 보다. 두번째 오는 길 치고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흡사 처음오는 길같다. 비룡폭포를 향해 가는 중^^ 순희, 경숙, 윤숙, 현숙, 3 숙과 나^^ 비룡폭포는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33년 전 그 모습 그대로다. 비선대 젤 윗동네다. 머리 위가 금강굴이다. 자연은 늘 그 자리에 꿋꿋이 지키고 있건만 왜 사람은 생노병사를 겪어야 하는지 새삼스레 의문이 든다. 백조모임은 백조여야 한다는 그 조건에 걸맞게 식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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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 청옥산 (2010, 07,13)나를 따라 온 산 2010. 7. 27. 16:13
문득, 불현듯이라는 말이 그 어떤 것보다 감동적이다. 뜻하지 않는 기쁨을 가져다 주는 말이기도 하다. 불현듯 오게 된 댓재, 그리고 산행 깃점으로 두타산으로 들어서서 한 컷. 내 팔로는 두 품도 넘음직한 소나무가 댓재를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나타났다. 그 소나무 나이는 대체 몇살이나 되었을까? 내가 태어나기도 한 참 전, 아니 수백년은 됐음 직 싶다. 문득 내게 남은 삶은 얼마나 될까가 궁금해졌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백살도 못 사는 것에 비한다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단어는 소나무에게나 붙여줘야 할까 싶다. 무릉도원, 우리 나라 어디를 뒤져도 두타산만큼 무릉도원이라는 단어가 맞는 곳이 없을 듯 하다. 원시림 숲 속에서 남편과 나는 가슴이 터질듯한 무한 감동속으로 빠져들었다. 사람 하나 만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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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두륜산나를 따라 온 산 2010. 5. 1. 05:22
우리보다 발빠른 자들이 벌써 노승봉에 올랐다. 먼저 나는 새가 먹이를 구하듯이 먼저 오른 자들이 노승봉을 차지했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바람을 뚫고 올랐지만 로프를 타는 곳에서 정체가 몹시 길었다. 성질 급한 덕분에 우회하여 너덜지대를 거슬러 올라 가련봉에 올랐다.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개척하는 묘미가 산행의 가장 큰 묘미가 아닐까 싶다. 날카로운 암벽으로 이루어진 두륜산은 군데군데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하지만 해남들판을 내려다 보는 기분은 생명의 위협 못지 않았다. 전라남도 문화재 자료, 제 246호 오층석탑이다. 산 허리에 저런 문화재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들에 있고, 산사에 있고, 사찰에 있는 석탑은 봤어도 산 속에 있는 문화재는 첨 봤다. 두륜산 대흥사 경내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