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라 온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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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3일 (민둥산)나를 따라 온 산 2012. 11. 6. 14:37
절대로 산행이 목적이 아니다, 민둥산~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는 옵션, 뜻하지 않게 우리 차는 민둥산을 지나게 되었다. 20여년전 남편의 후배 부부와 왔던 곳이지만 이 곳을 지나게 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었다. 꽤 오래전 미리 약속되었던 산행이었던지라 나는 지독한 몸살을 핑계삼을 수 없었다. 빈 속에 약을 털어놓고 산행을 시작했다 나는 낙오되고 말았었다. 솔 밭에서 그로기 상태로 비몽사몽하다 햇볕에 번쩍하는 그 무엇이 보였다. 한 남자가 베낭을 메고 휘파람을 불며 손엔 도끼를 든채 산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사람은 위급할때 초인적인 힘이 생긴다고 한다. 나는 그 번쩍하는 도끼를 보는 순간 손오공이라도 된듯 걸었다기 보다 날았다는 표현이 맞을거다. 날아서 초등학교 정문에 와서야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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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명산나를 따라 온 산 2012. 10. 31. 13:51
호명산 호명저수지 모습이다. 산 정상에 조성한 조력발전소 용수인 셈이다. 셔틀버스가 30분에 한대씩 산 아래에서 정상까지 실어 나르지만 우리 부부는 단풍구경삼아 한시간을 걷기로 했다. 아직은 쌩쌩한 육체가 있잖은가! 호명산, 집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그다지 큰 관심이 없던 산이었다.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아 백살이 되어 와도 늦지 않을 곳이다. 셔틀버스가 있잖은가~~~~~ 붉기만 한것보다 빨주노초파남~~무지개색의 단풍이 황홀하다. 그 어떤 사람이 이토록 사람을 황홀하게 할 수 있을까 싶다. 확실히 말하면 빨주노초파남~그리고~ 내 일찌기 아직 보라색 단풍은 본 적이 없다. 호명산 정상이 코 앞에 보인다. 반대쪽으로 올라오면 숨이 머리끝에 닿는다는 말에 나는 호명산 산행은 꿈도 꿔보지 않았다.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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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저수지와 산막이 옛길나를 따라 온 산 2012. 10. 25. 21:32
내 블로그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보게된 환상의 장면, 그 곳이 바로 괴산의 문광저수지 은행나무 길이었다. 내가 누군가, 가자, 떠나자 님이 아니던가! 오늘 아침 그곳으로 갔다. 괴산 문광저수지, 노란 은행나무 물그림자가 장관이다. 앞으로는 노란색을 비유할때 나는 말할 것이다. 아 그 색~~은행나무색~~~~이라고^^* 2012, 10월 만추 문광저수지만 보고 오기엔 시간이 저수지 물만큼이나 많이 남았다. 한번 본 곳은 다시 안간다는 나의 원칙은 그때그때 다르다. 그게 바로 나의 원칙이다. 몇년 전 갔던 산막이 옛길, 한번 다녀간 곳이니만큼 전과 같이 산행은 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쪽배를 탔다. 화장실에서 만난 한 여자가 배가 뒤집혀 죽는 줄 알았다던 그 말이 자꾸 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타자마자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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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달성 비슬산나를 따라 온 산 2012. 4. 22. 08:34
모처럼 친구이자, 이웃인 최기섭, 김미경 부부와 정해지지 않은 목적지를 향해 길을 떠났다. 눈빛만 봐도 알만한 사이인 두 집은 늘 그렇게 길을 떠난다. 목적지가 어디든, 누구의 의견이든 그것은 우리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차에 올라서야 늘 기사는 묻는다, 어디로 모실까요?~ 경북 달성군 비슬산, 그냥 그곳에 산이 있기에 떠나는 거다, 봄이니 진달래가 있으려니, 진달래가산이라니 그냥 떠나보는 거다. 6개월전까지만해도 백두대간으로 몸을 단련한 한 남자가 초입부터 헉헉댄다. 또 한남자는 속이 불편하다며 헉헉, 헬스로 몸을 단련하고 있는 김미경은 초연히 한발짝 한 발짝, 그야말로 유유자적 앞장서 갔다. 난 그 뒤로, 2등으로 걷는다. 내 좌우명이기도 한 중간쯤~ 난 중간쯤 하는 것이 내 삶의 목표인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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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산나를 따라 온 산 2012. 4. 22. 07:44
4월 18일, 불현듯 진달래가 그립다. 진달래가 그립다는 것은 고향이 그립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릴적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도새골의 진달래밭에서 해지는 줄 모르고 뛰놀던 추억이 그립기도 하다는 것일게다. 늘 떠나지 못해 몸살하는 서울에서 사귄 첫번째 친구인 김미경을 태우고, 또 다른 벗인 일산의 김경자 여사를 모시고 진달래가 흐드러졌을 강화도를 향해 떠났다. 차 안에서는 늘 오색찬란한 꽃보다 색깔없는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고려산에 도착했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내렸다. 평일임에도 나만큼 성급한 상춘객들이 줄을 잇는다. 꽃이든 사람이든 이른 놈이 있나하면 늦되는 놈이 있게 마련이다. 고려산 진달래도 다르지 않았다. 지는 놈이 있나하면 아즉 꽃봉오리도 벙글지 않은 진달래가 대다수다. 나의 성급함을 탓해본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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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순,구담봉(2)나를 따라 온 산 2012. 4. 21. 23:16
출입을 금지하라는 팻말을 무시하고 들어선 길, 그 호숫가엔 사람들이 살았음직한 집 터로 느껴지는 곳에서 왠지 발걸음이 주춤거린다. 고향을 잃은 수몰민들의 희생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유람선을 타고 자연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연과 음과 양, 땅과 하늘, 밤과 낮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는 없음을 느낀다. 호숫가에서 구담봉을 올려다본다. 저 깍아지듯한 저 곳을 올라야 한단다. 자연에 도취됐던 마음을 순간에 얼어붙고 만다. 저 곳을 과연 내가 올라갈 수 있을까 두려움이 비구름처럼 몰려온다.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면서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올랐던 구담봉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내 목숨이 다 하기전엔 다시 안 올 곳이기에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눈으로 이 절경을 재빠르게 접수했다. 해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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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옥순, 구담봉나를 따라 온 산 2012. 4. 21. 23:13
이렇게 한가하게 쉬임없이 산행을 한 적이 있었던가, 일년에 서너번이나 했을까 싶은 산행을 올 봄에만 벌써 내댓번째 쯤 되는가보다. 단양 단양 충주호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구담봉과 옥순봉을 갔다. 벚꽃이 피면 최고의 드라이브 길인데 윤달이 낀 탓인지 벚꽃은 필 생각이 아예 없는 듯 싶다. 체력은 많이 딸리지만 지구력은 남 못지 않은 나에게 옥순봉까지의 산행은 심심하기 이를데 없다. 삼십분쯤 걸어서 다다른 곳이 옥순봉이다. 힘들지 않았다는 것은 저 여유로운 모습에서 충분히 알 수 있을 듯 하다. 갈수기인듯 충주호는 저리 허벅지 속살을 허옇게 드러내고 있다. 산행이란 섬 산행, 상고대산행, 꽃산행, 등등 어디 좋지 않은 있으랴만은 호수를 내려다보며 하는 산행은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탁 트인 조망과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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