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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 주왕산이다. 이곳만큼 내 추억의 한장을 깊게 각인된 곳도 없으리라.
내 처녀시절 마지막 여행지이다. 한치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알아갈 즈음이다.
그야말로 일주일 앞도 모르고 청바지를 입고 산야를 누비던 시절이다.
이 주왕산을 다녀온 딱 일주일 후, 나는 첫선을 보고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살아보니 그랬다. 그넘이 그넘이고 그년이 그년이라는 것을~
그러나 나는 일찌감치 그 엄청난 진리를 터득,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로 낙점했다.
내가 배우자를 택한 기준을 이랬다.
첫째. 혐오감을 느낄만한 외모가 아니고, 둘째, 평생 밥을 굶기지 않을 철밥통을 가지고 있었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강원도 남자가 아니고, 아들만 있는 집 남자가 딸만 있는 우리집 아들 노릇도 가능할 것이라는 철저한 기준에 딱 맞게 떨어진 남자였기에~
그러나 결코 결혼은 처음조건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 그리하여 나는 기막힌 어록을 남기기에 이른다.
~처음조건은 영원하지 않다는~
주왕산 정상에서 바라본 장군봉의 전라
1폭포를 지나는 이 곳은 주왕산의 백미이다.
반백년을 살고 나니 눈도 침침, 귀도 침침하긴 하지만 주왕산의 바람소리도ㅡ, 물소리도, 그대로이고
이 큰 바위틈도 그대로이다.
주왕 3폭포 풍경이다. 마치 정으로 깍아낸듯 곡선미가 비너스까지는 아니지만 내 몸매를 닮았다/.
아님 말고~
난 사실 사람보다 산을 좋아한다.
그리고 물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산이 물과 한 몸을 이루었다.
사진으로 남은 이 풍경을 보며 나는 수십년 후 첫사랑을 만나게 되면 이런 느낌일까 잠시 생각해 본다.
가슴 가득 숨이 막히도록 벅차 오르는 이 기분~~
그야말로 만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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