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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이 지났지 싶다.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서고 싶다던 꿈을 이루긴 희미하나마 한번, 두번 그리고 세번째다.
늘 생활에 쫒겨 급히 다녀와야 했던 두번의 기회는 오랜 세월이 흐르기도 했거니와 아쉽게도 사진이 없다면 온전한 내 기억은 없다.
시간의 구애없이 마음에 조급함이 없는 텅빈 가슴으로 한라산을 맞이하고 싶었다.
뜻을 품었기에 22년 봄, 아름답기 그지없는 이 계절에 제주에 그리고 한라산에 발을 내딛지 않았나 싶다.
차를 영실에 세우고 1100도로를 제주와 서귀포를 오가는 버스를 이용해 15분 정도를 달려 어리목에 도착했다.
다시 30여분을 걸어 한라산의 황금코스 어리목~영실 코스 시작점에 섰다.
곧 목도교가 나타났다.
헉헉거리던 숨을 다 토해내고 돌아서니 조릿대밭과 제주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한라산의 역사를 말해주듯 고사목들도 내 시선을 끈다.
멀지 않은 곳에 누운 오름이 따스한 봄 햇빛에 벌거벗은 제 몸을 말리고 있다.
한라산의 속살을 힐끔힐끔 훔쳐본다. 여태 봐왔던 그 어떤 계곡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바위가 산처럼 쌓여 있는 계곡을 보며 한라산의 위용에 눌려 말을 잃었다.
만세동산이다.
강점기에 온 몸으로 일제에 항거해 제주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지켜내 주셨던 조상들에게 마음으로 고마움을 전해본다.
어리목 영실 구간은 백록담의 분화구는 볼 수 없지만 성판악에서 오르면 볼 수 없는 남벽의 웅장함을 감상할 수 있기에 많은 산객들이 즐겨찾는 코스다.
아직도 산 곳곳에 눈이 녹지 않아 남한 최고의 해발을 가진 한라산임을 알게 한다.
4월인데 두터운 잔설이 북유럽의 그리고 아이슬란드의 빙하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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