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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솔향기길(21. 11월19일)구신 여행가다 2021. 12. 6. 12:47
32년 최선을 다해 키웠다는 말은 차마 나오지 않는다.
늘 입버릇처럼 해왔던 말대로, 인생은 팔자대로~
사랑하나 믿고 새 출발을 하겠다는 딸아이를 위해 행복하라는 기도밖에~
첫째 딸아이를 시집보내고 9년만에 둘째 아이마저 시집을 보냈다.
둘만 뎅그마니 남았다. 그렇다고 늘 주말을 함께 보냈다는 의미는 아니다.
계절적으로도 만추, 깊은 가을과 초겨울 사이에 간절기는 기온보다 마음이 더 시리다.
32년이나 키워 보냈는데도 허허롭기 이를데 없고, 36년을 살았는데도 나눌 이야기가 굳이 없다.
님이라는 단어에서 점 하나 찍으면 남이라지만 아직은 님이고 싶은 사이던가.
허허로운 집안 공기를 피해, 변함없어 지루하기까지 한 일상을 피해 우린 태안으로 간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늦가을 솔향기길을 걸으며 텅빈 마음에 짭짤한 향기로 채우기 위해~
만대항에 차를 세우고 솔향기길 1코스 출발점에 섰다.
사람은 없고 바람과 짭조름한 바다내음이 나를 맞는다.
잔잔한 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먹어도 된다는 남자의 말을 믿고 몇개의 굴을 따먹었다.
향긋하고 짭짤하기도 한 맛, 공짜라서 더 맛있다.
솔향기길에서 바라본 서해 섬들이 그려져 있다.
당일을 다녀오기도, 굴업도를 오가면서 환승했던 덕적도,
옷깃도 스쳤거니와 발길을 남겼으니 왜 아니 반가울까!
전망대도 있고 쉼터 정자도 있다.
한적한 솔향기길을 두어시간을 걸어도 보지 못한 남자 사람 한분을 만났다.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말을 건네고 싶지만 이놈에 코로나가 말문을 막는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 여행도 어김없이 나는 그림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따라 나섰으니 저 의자에 앉은 남자가 누구인지 알리가!
가이드 김씨가 알려준다, 아까 쉼터에서 봤던 그 남자가 이 길을 개척했던 남자라고~
그리고 보니 안내판에 친절히 소개되어 있다.
2007년 12월 7일,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원유를 유출하는 사고로 차윤천씨는 곡괭이 하나로 3년동안 산길을 내어 바다로 나가는 길을 뚫어 유출된 원유를 닦아내고 이 길을 솔향기라는 이름으로 기적같은 길을 만든 공로를 기려 여기 모셨다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했던가!
나도 이름 하나 남기고 싶어 동동거렸던 시절이 있었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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